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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스틴 선과 블록체인의 자화상
[기자수첩] 저스틴 선과 블록체인의 자화상
  • 최진승
  • 승인 2019.08.01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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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이뉴스]최진승 기자= "ERC-20이 뭔가요?"

트론(TRON) 설립자 저스틴 선(Justin Sun)의 얘기다. 트론은 코인마켓캡 시가총액 12위에 랭크된 주목받는 프로젝트지만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중국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트론 백서는 저스틴 선이 인민폐 3천 위안(약 50만원)을 들여 대필해서 쓴 것이라고 한다. 저스틴 선이 "트론은 ERC-20 기반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ERC-20이 뭔가요?"라고 답했다는 것은 지금도 관계자들 사이에 전해지는 유명한 일화다.

저스틴 선은 중국 코인판에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물론 암호화폐 시가총액 1조7000억원이 넘는 현재의 트론이 단지 마케팅의 힘만으로 성장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중국 암호화폐 업계에서 저스틴 선에 대한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20대의 젊은 선두주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에서 나온 깎아내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파격적인 그의 행보는 지금도 화젯거리다.

지난 주 미국의 거물 투자자 워렌 버핏과의 오찬 취소로 저스틴 선은 또 한 번 입방아에 올랐다. 그는 예정된 오찬을 이틀 앞두고 신장 결석을 이유로 약속을 연기했다.

앞서 저스틴 선은 워렌 버핏이 주최한 자선 오찬 경매에 사상 최고가인 약 54억원을 들여 낙찰받은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과도한 마케팅 홍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번 오찬 취소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중국 정부의 출국금지설부터 돈세탁 등 불법혐의 의혹도 제기됐다. 일각에선 저가 매집을 위한 의도적인 악재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언론과 트론 재단 간 진실공방 속에 결국 저스틴 선은 "과도한 마케팅과 홍보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앞으로 마케팅이 아닌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늦은 감을 지울 수 없다. 이미 개인은 물론 프로젝트의 신뢰성마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투자 업계 거물에게 블록체인 10년의 성과를 알리고 싶다는 그의 뜻은 진정성을 잃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이 아닌 워렌 버핏이라는 이벤트 자체였을 가능성이 높다.

"ERC-20이 뭔가요?"라고 되묻던 저스틴 선의 모습은 현 암호화폐 업계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져 씁쓸하다. 기술이 아닌 코인 가격에 혈안이 된 젊은 대표주자의 모습이 오늘날 비춰진 블록체인의 자화상이다.

 

최진승 choijin@bei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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